기관지 내시경과 노블리스 오블리제
2008년 5월을 기해 http://sedrinne.tistory.com/로 이전했습니다 :)
티스토리에서 다시 만나요 ^-^

기관지 내시경, 흔히 Bronchoscopy라고 하는 이 기구는 흔히 호흡기계의 거의 모든 질환에서 진단과 치료 목적으로 사용하는 기구다.
(그림 출처 : http://www.merck.com/)

요즘은 이 그림처럼 눈으로 보거나 하지는 않고 영상으로 뽑아 화면으로 보게되어 배우는 학생들도 시술하는 의사도 모두 좀 더 편하게 되었는데, 입을 통해 넣으면 지속될 경우 씹어버려 손상될 우려가 있으므로 코를 통해 입과 코의 공통 통로를 지나 기관으로 삽입함으로써 기관과 기관지에서 brush, wash, biopsy 등 갖가지 일을 할 수 있는 아주 유용한 기구이다.

그렇다면 이 뱀처럼 생긴 기구가 노블리스 오블리제와 무슨 관계가 있냐고? 사실 이번엔, 매력 만점의 목소리로 필기 수업을 진행하신 한 노교수님이 들려주신 이야기를 늘어놓아볼까 한다.(사실 노교수님이라기엔 좀 죄송한 중년을 넘어가는 교수님이시다^-^)

옛날 옛적에오래 전, 한 회장님이 병원을 찾아왔다. 폐가 좀 이상했지만 X-ray에도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고 객담을 여러번 뱉어보았지만 확인되는 바가 없었다고 한다. 의사는 1년 뒤에 다시 와서 검사하시라 했지만, 바쁜 회사일에 그럴 시간을 내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우리들이 보통 그렇듯이 차일 피일 검사를 미루던 그 분은, 몇 년 뒤에야 찾아온 병원에서 폐암 말기로 판정을 받았다.

죽음을 눈앞에 둔 회장님은, 담당 의사와 단둘이 이야기할 기회에 이렇게 물었다고 한다. 어째서 첫 검사 때 이상이 있는 것 같았는데도 암을 제대로 찾아내지 못했냐고.

그래서 담당 의사는 당시, 폐의 상엽과 세기관지까지 자세히 들어가 살펴볼 수 있는 Fiberoptic type은 발명된지 얼마되지 않아서 가격이 비싸 아직 우리나라에 들어오지 않은 상태라 사용해볼 수 없었고, 가지고 있던 Rigid type의 기관지 내시경으로는 큰 가지까지만 살펴볼 수 있는 점과 더불어 세기관지를 살펴볼 수 없다는 한계가 있었음을 털어놓았다. 그러자 그 회장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안타까워하셨다고 한다.

얼마 뒤, 그 회장님은 돌아가셨다. 그런데 며칠 뒤, 병원으로 선물이 도착했다. 도착한 선물은 바로 비싸서 병원에서 제대로 구비하지 못했던 Fiberoptic type의 기관지 내시경이 몇개 들어있었다고 한다.
담당 의사의 이야기를 들은 회장님이, 그게 얼마나 비싼건지는 모르지만 앞으로는 이렇게 죽는 사람이 없도록 사보내라는 유언을 남기셨다는 아름다운 이야기다.


이미 자신이 그 병으로 죽게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다른 환자나 의학의 미래를 위해 선뜻 거액을 들여 그런 기부를 했다는 회장님의 마음 씀씀이가 놀라웠다. 나는 과연 죽음을 눈앞에 두고 그런 마음 씀씀이를 보일 수 있을까. 죽음을 눈앞에 두고 선진 의료에 노출되지 못한 이런 상황이 억울하고 안타까워 옹졸한 마음이 되지는 않을까 하는 의문에, 돌아가신 분의 선행 앞에 더욱 숙연해질 수 밖에 없다.

어려운 사람이 더 어려운 사람을, 김밥을 팔아 아들을 키웠다는 할머니가 1억을 기부하는 오늘날이다.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더욱 절실하기에 이런 아름다운 이야기가 더 마음에 와닿고 감동적인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의 사회지도층도 부디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자랑스럽게 실천하는 그 날이 오길 진심으로 바란다.
by 빙♡ | 2006/10/08 02:25 | 의 학 과 상 식 ☆ | 트랙백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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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잔소리 at 2006/10/08 02:30
안녕하세요.
저 역시 옹졸한 마음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자유롭지 못하네요.
Commented by 네모스카이시어 at 2006/10/08 02:36
분명 그게 미담이긴 하지만 노블리스 오블리제란 단어랑은 안맞는 것 같은걸요. 대기업 회장은 부자일 뿐 귀족 같은 귀족이니 왕족이니 하는 계급은 아니라는 식으로까지 말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단순히 기부하는 것을 노블리스 오즐리제라고 할 수는 없지 않나요?
뭐 어쨌든 기부라는 형태로 자산가가 사회에 무언가를 환원하는 문화는 확실히 보기 좋군요. 돌아가신 유일한 박사 같은 기업인들이 이 나라에 많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Commented by nbeyond at 2006/10/08 09:24
아, 감동적인 글 잘 읽고 갑니다.
Commented by 빙♡ at 2006/10/08 10:40
잔소리// 네, 사실 죽음 앞에서 그러기 쉽지 않은 일일텐데요..

네모스카이시어// 노블리스 오블리제란 사회에서 지도층에 가까울수록 사회에 대한 공헌을 하는 것을 가리키는 말로 일반화되었으니 부자라는 주체의 문제는 상관없을 것 같네요^-^; 굴지의 대기업 회장님이시랬거든요(...)
자산가란 돈이 많은 사람이니, 돈으로서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시작이 아닐까요? 게다가 그 부자가 아니었으면 우리나라의 호흡기적 진단은 20년, 아니 30년이 늦어졌을지도요 :) 저 이야기를 해주신 노교수님은 저 일 덕분에 Fiberoptic으로 수련하실 수 있었고, 덕분에 이 교수님이 훈련을 통해 우리나라 최초로 폐암을 조기진단하셨답니다 :)

nbeyond// 감사합니다^^ 반가워요~
Commented by 덧말제이 at 2006/10/08 12:59
삼성가가 암에 취약해서 병원을 짓고 암연구소에 기부하고 했다는 얘길 들은 적이 있어요. 돌아가신 분이 삼성 분이셨을지 어디 다른 기업 분이셨을지는 모르겠지만.
저도 처음엔 나름 좋게 읽었는데 네모스카이시어님 덧글 읽다보니 살짝 꼬여져 버려서... ^^; 삼성가라면 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랬나봐요. 아이들(이들이 아마 현재 간부급으로 크고 있는 3세대일 듯) 크니까 에버랜드 만들고, 피닉스파크 만들고 그랬다는 얘기도 들은 기억이 나서. 살짝 좋은 행동에 대한 인상이 반감되어 버리고 마는... ^^;
그렇다고는 해도 안 하는 것보다는 확실히 낫겠죠. 제 눈에는 공주로 살다간 것으로만 보이는 다이애너비도 어쨌든 자선 활동에도 열심이었다니까(영국은 이런 게 발달했다죠). 모든 부자나 공주들이 기부를 하는 게 아니니까 그나마라도 낫긴 나은 거겠죠?
Commented by 보성녹차 at 2006/10/10 23:12
자신의 죽음을 앞두고 자기와 같은 병에 걸린 사람을 걱정하기.. 쉽지 않을 것 같네요. 저 같으면 에구 억울해 그 기계만 있었으면 내가 살았을텐데.. 하는 생각에 사로잡혔을 것 같아요.. 좋은 이야기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빙♡ at 2006/10/13 16:59
덧말제이// 엇, 어쩌면 삼성가일까요?^^; 하도 오래전 얘기인 것 같아서 대체 누구일지 모르겠네요 ^^a 제이님 말씀대로 안하는 것 보다는 확실히 나은 것 같아요. 우리나라는 특히 부자일수록 기부문화나 기여문화가 없는 것 같아서요. 동원참치 회장이 제일 세금 많이 낸다는 이야기가 오랫만에 기억나네요^^;

보성녹차// 그러게요. 저도 사실 그 부분에서 제일 감동했어요. 덕분에 우리나라 호흡기쪽에서 많은 사람들의 치료와 조기 진단을 도울 수 있었을 것 같아요. :) 반갑습니다^^*
Commented by 첼로♡ at 2006/10/30 20:32
빙♡님 오랜만이에요^^(친한척)ㅋㅋ 그나저나 놀라운 이야기군요. 어쩌면 불같이 화를 낼 것 같은 상황일 수도 있을 텐데요.. 저도 저렇게 넓은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Commented by 룰루랄라 at 2006/11/01 17:05
빙님 오랜만이예요^^ 불여우 쓰다 ie tab 이라는 확장 보고 빙님 생각나서요(제가 여기서 보고 불여우 깔았거든요~) 탭 안에서 익스플로러를 보여주는데 혹시 모르셨으면 도움이 될까 해서 덧글 남겨요
Commented by 빙♡ at 2006/11/09 08:31
첼로♡// 앗 오랫만에 뵈요^^ 하트 달린 첼로님^^(^^;;;) 네, 저도 사실 들으면서 화를 냈다거나 소송을 걸었다, 이런 말이 따라올 줄 알았는데 뒷 이야기가 의외여서 기억에 참 남네요^-^

룰 루랄라// 오랫만이예요^^* IE Tab은 텝 안에서 보여주는데 뜨는 시간이 IE view와 별 차이가 없고, IE Tab 내에서는 확장기능이 안먹히길래 지우고 IE View를 쓰고 있었답니다^^a 그래두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ㅅ<)o

추운데 다들 감기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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